가계도로 범인을 찾는다? DNA 계보 수사가 바꾼 것과 남긴 숙제
목차
📌 이 글에서 알 수 있는 것
- 법수사 DNA가 왜 오랫동안 ‘전과자 명단과의 대조’에 머물렀는지
- 유전체 전체의 SNP를 읽으면 왜 먼 친척까지 보이는지
- 이 방법이 퍼지면서 어떤 규칙이 만들어졌고, 한국은 어떤 제도를 쓰는지
🧬 짧은 반복 표지 20개 안팎으로 만든 ‘DNA 지문’
법수사에서 쓰는 DNA 분석은 유전체를 다 읽는 것이 아닙니다. 성염색체가 아닌 염색체 위에서 STR(short tandem repeat, 짧은 반복 서열) 표지 13~20개(또는 그 이상)를 골라, 각 자리의 반복 횟수를 재는 방식입니다1. 사람마다 반복 횟수 조합이 달라 개인 식별에 쓸 수 있고, 표지 수가 적어 비교가 간단합니다. STR은 지금도 일상적인 개인 식별의 중심입니다2.
미국은 1994년 DNA Identification Act(Pub. L. No. 103-322, 34 U.S.C. § 12592)로 FBI가 국가 DNA 색인을 운영할 근거를 만들었습니다. 이것이 CODIS입니다. 범죄현장 시료에서 뽑은 프로필을 올려 이미 등록된 전과자 프로필과 대조해, 확인된 일치가 나오면 수사 단서를 얻습니다1.
바로 여기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시료의 주인이 데이터베이스에 없으면, 분석이 아무리 잘돼도 결과는 ‘해당 없음’입니다. STR 표지는 수가 적어 먼 친척을 가려낼 만한 정보량도 되지 않습니다. 수십 년 묵은 사건이 DNA가 남아 있는데도 멈춰 있던 이유 중 하나입니다.
🔎 2018년, 가계도가 수사로 들어왔다
2018년 4월 24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수십 년간 미제였던 연쇄 사건의 용의자가 체포됐습니다. 수사진은 용의자를 바로 찾은 것이 아니라, 가계도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쓰는 무료 온라인 유전 데이터베이스에서 먼 친척들을 먼저 찾아낸 뒤 가계도를 거슬러 올라가 후보를 좁혔습니다3. 이 사건으로 기소된 Joseph DeAngelo는 이후 법정에서 13건의 살인과 13건의 강도 목적 납치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습니다(캘리포니아 대법원에 제출된 지방검사 공동 의견서 기준)4.
당시 쓰였을 것으로 보이는 분석 단계와 그 한계를 짚은 논문은 사건 직후 법유전학 학술지에 실렸습니다5. 이 방법에는 유전자 계보 수사(IGG, investigative genetic genealogy)라는 이름이 붙었고, 2018년을 기점으로 관련 학술 출판이 빠르게 늘었습니다6.
📏 공유한 DNA 길이로 촌수를 가늠한다
원리는 간단합니다. 부모에서 자식으로 염색체가 전해질 때마다 재조합이 일어나 조각이 섞입니다. 그래서 가까운 친족은 서로 똑같은 DNA 블록을 길게 공유하고, 먼 친족은 짧게 공유합니다1.
이 공유량을 재는 단위가 센티모건(centiMorgan, cM)입니다. 일반적으로 두 사람이 공유한 DNA가 많을수록 cM 수가 크고, 더 가까운 친족일 가능성이 높습니다1. 비유하자면 같은 책을 베껴 쓴 사본끼리 ‘연속으로 똑같은 문단’이 얼마나 길게 남았는지를 보고 몇 단계를 거친 사본인지 가늠하는 셈입니다.
이런 추정을 하려면 표지가 훨씬 많아야 합니다. IGG는 STR 대신 유전체 전체에 퍼져 있는 SNP(단일염기다형성, 사람마다 한 글자씩 다른 염기 자리)를 보통 50만 개 이상 읽습니다1. 사촌(4촌)보다 먼 관계를 추정할 때는 흔히 이 정도 밀도의 SNP 데이터를 쓰고, 그 생물학적 기초는 조상에서 함께 물려받은 IBD(identity-by-descent) 분절의 검출입니다72.
다만 cM 값은 ‘추정 범위’를 줄 뿐이고, 같은 공유량이 여러 촌수와 겹칩니다. 그래서 데이터베이스가 돌려주는 것은 용의자 이름이 아니라 DNA를 공유한 이용자 목록과 추정 관계이고1, 거기서부터는 공개 기록을 뒤지는 가계도 연구가 시작됩니다. 데이터베이스 조회 결과는 단서일 뿐이며, 실제 신원을 알아내려면 깊이 있는 계보·후손 연구가 따라야 한다고 초기 개관 논문도 분명히 적었습니다8.
🧫 열화된 시료에서 50만 개를 읽기
오래된 사건의 시료는 양이 적고 조각나 있습니다. 그래서 IGG에서는 유전체 전체의 SNP 유전형을 주로 두 가지 방법으로 얻습니다. 정해진 자리만 한꺼번에 읽는 칩인 마이크로어레이 유전형분석, 또는 유전체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되 열화 DNA에 맞춰 조건을 최적화한 전장유전체 시퀀싱(WGS)입니다9. 시퀀싱 플랫폼마다 잘하는 일이 다른 점은 WGS 장비 비교에서 따로 다뤘습니다.
미국 법무부 지침은 시료의 양·질·열화 정도·혼합물 여부를 CODIS 실험실 담당자가 먼저 평가하도록 합니다1. 분석이 가능한지부터가 관문인 셈입니다. 한편 소비자 유전자 업체들의 매칭 알고리즘은 대부분 비공개여서, 결과를 외부에서 검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계속 나옵니다76.
📈 어디까지 퍼졌나
- 미국 대학 IGG 센터 소속 저자의 짧은 논평은 2018년 등장 이후 IGG가 1,300건이 넘는 사건 해결에 도움을 줬다고 적고, 이 방법이 도움될 수 있는 미국 내 사건을 약 70만 건으로 추정했습니다. 공식 통계가 아닌 저자 집계입니다10.
- 가해자 수사보다 덜 알려진 쓰임이 신원불명 유해 신원확인입니다. IGG 서비스 업체 Parabon NanoLabs 저자들은 공개 발표된 IGG 기반 유해 신원확인을 367건으로 집계했습니다9. 또 다른 IGG 업체 Othram 저자들은 공개 보고된 자료를 바탕으로, 신원확인에 성공한 북미 사례 477건을 후향 분석했습니다11.
- 2023년 미국 일리노이 주 설문에서는 132개 기관(검시 28곳, 경찰 104곳) 중 16.5%가 사용 경험이 있었고, 추정 성공률은 76~86%, 비용 중앙값은 7,500달러였습니다12.
- 스웨덴은 16년 묵은 이중살인 미제 사건을 이 방법으로 해결했고, 수사를 맡은 기관 소속 저자들은 이를 유럽 최초의 성공 사례로 적었습니다13. 이 방법을 적용한 것은 2019년으로 북미 밖에서 처음이었고, 사건이 해결된 해는 2020년입니다1415. 노르웨이는 미제 3건에 적용해 2건에서 DNA 제공자를 특정했습니다16.
⚖️ 동의와 프라이버시라는 숙제
이 방법이 작동하는 전제는 다른 사람들이 자기 DNA를 올려 뒀다는 사실입니다. 소비자 유전 데이터 128만 명을 분석한 연구는, 유럽계 혈통 개인을 대상으로 한 검색의 약 60%가 팔촌(third cousin) 이내의 친척 일치를 낼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인구통계 정보를 합치면 이론상 신원 추정이 가능하고, 머지않아 미국 내 거의 모든 유럽계 개인에게 적용될 수 있다고 봤습니다17. 즉 검사를 받지 않은 사람도 친척을 통해 간접적으로 식별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데이터베이스 쪽에서도 규칙이 바뀌었습니다. GEDmatch는 2019년 5월 18일 그때까지 등록된 참여자 전원을 법집행 매칭에서 자동으로 제외(opt-out)했습니다. 기존 참여자는 설정에서 직접 다시 동의(opt-in)해야 매칭에 포함되고, 그 뒤 가입하는 사람은 등록할 때 선택하는데 opt-in이 기본값으로 선택돼 있었습니다18. 지금 약관은 업로드할 때 네 가지(Opt-in, Opt-out, Personal Research, Private) 중 하나를 고르게 하고(Opt-out도 신원불명 유해 신원확인 검색에는 대조됨), 법집행기관은 일반 사이트가 아닌 전용 포털로만 자료를 올리며 용도를 폭력범죄 가해자 식별과 유해 신원확인으로 한정합니다19.
구성 편향도 문제입니다. 계보 데이터베이스 참여자는 대부분 유럽계로 추정되기 때문에, 그 친척들의 프라이버시가 상대적으로 더 노출되는 한편 용의자가 비유럽계로 추정되는 사건에서는 수사기관이 적용을 주저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18. 이 논문은 앞서 나온 Parabon NanoLabs가 2019년 논문에서 비유럽계 용의자 관련 사건의 40%를 해결 불가로 평가했다고 전합니다8. 혈통에 따라 유전 정보의 해석력이 달라지는 문제는 유전자 검사 결과지 읽는 법에서 다룬 변이 해석의 어려움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 한계와 주의
- ‘DNA가 범인을 지목했다’는 서술은 과정을 생략합니다. 데이터베이스가 주는 것은 공유 DNA가 있는 이용자 목록과 추정 관계이고, 그 뒤의 가계도 연구와 일반적인 수사가 실제 작업의 대부분입니다8. 미국 법무부 지침도 유전적 연관은 단서로만 쓰도록 적고 있습니다1.
- 성공 사례만 집계되기 쉽습니다. 공개 발표는 해결된 사건 위주이고, 여러 문제로 아직 신원을 밝히지 못한 사건이 훨씬 많다고 초기 개관 논문이 적었습니다8. 기관별 성공률도 한 주에서 조사한 추정치이므로 다른 지역에 그대로 적용할 수 없습니다12.
- 지표가 다르면 서로 바꿔 쓸 수 없습니다. STR과 SNP는 보는 표지도, 쓰는 데이터베이스도, 계산 방식도 다릅니다. IGG에서 나온 정보는 CODIS의 어떤 색인에도 올릴 수 없다고 지침이 명시합니다1.
- 다기관 검증이 부족합니다. 2026년 서지 분석은 여러 기관에서 같은 절차로 검증한 연구가 적고, 비공개 알고리즘 때문에 외부 감사가 어렵다는 점을 지속적 공백으로 꼽았습니다6.
🏛️ 지금 어디까지 왔나
2026년 11월 6일 기준으로 제도 쪽을 정리합니다.
미국 연방 지침: 법무부는 2019년 9월 2일 승인하고 11월 1일 시행한 잠정 지침에서, 미해결 살인·성범죄와 살인 피해자로 추정되는 신원불명 유해를 기본 대상으로 정했습니다. 그 밖의 폭력범죄는 공공안전·국가안보에 상당하고 계속되는 위협이 있을 때 검사가 승인해야 쓸 수 있습니다. 범죄현장 프로필이 이미 CODIS에 올라가 있고 검색이 실패했을 것, 합리적 수사 단서를 먼저 추적했을 것을 요구합니다. 또 수사기관은 자신을 법집행기관으로 밝혀야 하고, 법집행 이용 가능성을 이용자에게 명시적으로 고지하는 서비스에서만 검색할 수 있습니다. 유전적 연관만으로 체포할 수 없고, 용의자가 특정되면 STR을 직접 비교해 확인해야 합니다1.
주 법률: 메릴랜드는 2021년 Chapter 681(HB 240)을 2021년 5월 30일 제정하고 10월 1일 시행했습니다. 법원 허가 없이 계보 검색을 시작할 수 없게 하고, 대상 범죄(살인·중죄 성폭행 등)와 STR 선행 검색 실패, 수사 단서 소진을 선서 진술서로 소명하게 하며, 검사 실험실과 계보 연구자의 면허, 제3자 서면 동의, 수사 종료 시 자료 파기, 벌칙을 함께 규정했습니다20. 몬태나는 같은 해 Mont. Code Ann. § 44-6-104를 신설해, 소비자 DNA 데이터베이스 검색 결과를 얻으려면 상당한 이유에 근거한 법원 영장이나 수사 소환장이 필요하도록 했습니다(해당 이용자가 사전에 프라이버시 권리를 포기한 경우는 예외). 친족 검색과 부분일치 결과는 예외 없이 영장이나 소환장이 필요하며, 2025년 개정으로 신경기술 데이터가 함께 규정됐습니다21.
유럽: 스웨덴은 2021년 개인정보보호당국의 사전협의에서 법적 근거 부족과 제3국 데이터 이전 문제가 지적돼 활용이 중단됐습니다. 2024년 7월 법무부가 경찰의 사용에 관한 법안을 제시했습니다. 이 법안은 2025년 2월 의회를 통과해 2025년 7월 1일 발효됐습니다. 대상은 살인과 중대한 강간에 한정되고, 다른 수단을 다 쓴 뒤 ‘절대적 필요성’이 인정될 때만 쓸 수 있습니다14. 유럽인권협약 제8조(사생활 존중) 관점에서 정당성을 따져야 한다는 논의도 이어집니다15.
한국: 「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법률 제21490호, 시행 2026년 10월 2일)이 데이터베이스의 근거입니다22.
- 누가 운영하나: 검찰총장은 수형인등, 경찰청장은 구속피의자등과 범죄현장 시료에서 얻은 정보를 각각 총괄하고, 두 데이터베이스를 연계해 운영할 수 있습니다(제4조). 감식·수록·관리 업무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람이나 기관에 맡길 수 있습니다(제10조).
- 무엇을 담나: 감식 대상은 유전정보가 포함되어 있지 아니한 특정 염기서열 부분이고(제2조), 수록 정보에는 개인 식별에 필요한 사항 외의 정보가 들어갈 수 없습니다(제3조).
- 누구에게서 채취하나: 대상 범죄는 한정 열거돼 있습니다(제5조). 수형인등·구속피의자등에게서는 법원이 발부한 영장으로 채취하며, 거부할 수 있음을 미리 알리고 서면 동의를 받으면 영장 없이도 채취할 수 있습니다(제8조).
- 언제 검색하나: 새 정보 수록, 검사·사법경찰관의 범죄수사 또는 변사자 신원확인 요청, 법원의 사실조회, 데이터베이스 상호 대조 네 가지 경우로 한정됩니다(제11조)22.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유전자과는 이 법률에 따라 범죄현장 증거물과 구속피의자 정보를 등록·검색하는 데이터베이스를 운영하며, 오래된 뼈나 부패한 시신은 핵DNA와 미토콘드리아 DNA를 분석해 신원을 확인하고 실종자 유가족 유전자검사로 가족관계를 확인합니다23. 대검찰청 자료는 데이터베이스 구축이 2010년 7월 26일 시작됐고, 재범 위험이 높은 11개 범죄군의 수형인·구속피의자와 범죄현장 시료를 대상으로 한다고 설명합니다24.
다만 한국 수사기관이 소비자 계보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한 계보 수사를 수행하는지, 데이터베이스에서 친족 검색을 제도적으로 운용하는지는 공식 자료로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 자주 묻는 질문
Q. 소비자 유전자 검사를 받으면 제 DNA가 수사에 쓰이나요? A. 검사 결과를 계보 데이터베이스에 올리고 법집행 매칭에 동의했는지가 관건입니다. GEDmatch는 2019년에 기존 참여자 전원을 자동 제외한 뒤 이용자가 직접 선택하게 바꿨고(당시 신규 가입은 opt-in이 기본값), 현재 약관도 업로드 시 네 가지 중 하나를 고르게 합니다. 다만 Opt-out을 골라도 신원불명 유해 신원확인 검색에는 대조되므로, 법집행기관이 올린 유해 키트의 결과에서도 빠지려면 Personal Research나 Private를 골라야 합니다1819.
Q. 친척이 올린 DNA만으로 제가 특정될 수 있나요? A. 그럴 수 있다는 것이 이 방법의 핵심입니다. 128만 명 데이터 분석에서는 유럽계 혈통 개인 검색의 약 60%가 팔촌(third cousin) 이내 친척 일치를 낼 것으로 추정됐습니다17.
Q. 데이터베이스에서 일치가 나오면 바로 체포되나요? A. 아닙니다. 미국 법무부 지침은 유전적 연관만으로 체포할 수 없고, 용의자가 특정되면 STR을 직접 비교해 확인하도록 합니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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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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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yland Chapter 681 (House Bill 240), 2021. 2021년 5월 30일 제정, 10월 1일 시행 — mgaleg.maryland.gov ↩︎
Mont. Code Ann. § 44-6-104 (En. Sec. 1, Ch. 413, L. 2021; amd. Sec. 6, Ch. 345, L. 2025) — mca.legmt.gov ↩︎
「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시행 2026. 10. 2.] [법률 제21490호, 2026. 3. 24., 타법개정] — 국가법령정보센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