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여러 개를 합치면 더 정확해질까? 멀티오믹스 진단 쉽게 이해하기
목차
📌 이 글에서 알 수 있는 것
- ‘오믹스’와 ‘멀티오믹스’가 무슨 뜻인지
- 신호를 합치면 왜 더 정확해질 수 있는지, 그리고 왜 늘 그렇지는 않은지
- 실제 검사와 연구 사례(대장암 분변검사, CancerSEEK, 알츠하이머 혈액검사, 장기 나이, 전자간증)
- ‘멀티오믹스’를 내세운 검사를 볼 때 확인할 것
🧬 오믹스, 멀티오믹스가 뭔가요?
몸속 분자를 층별로 통째로 읽는 학문에 ‘-omics’를 붙입니다.
| 층 | 무엇을 읽나 | 비유 |
|---|---|---|
| 유전체(genomics) | DNA 염기서열, 변이 | 설계도 |
| 후성유전체(epigenomics) | DNA 메틸화 등 ‘어떤 유전자를 켜고 끌지’ 표시 | 설계도 위의 형광펜 |
| 전사체(transcriptomics) | RNA | 지금 복사해 쓰는 작업 지시서 |
| 단백체(proteomics) | 단백질 | 실제로 일하는 일꾼 |
| 대사체(metabolomics) | 작은 분자(당, 지질 등) | 일한 결과물 |
멀티오믹스(multi-omics)는 이 가운데 두 층 이상을 함께 읽는 것입니다1. 진단에서는 “한 가지 신호만으로는 부족할 때, 다른 층의 신호로 빈틈을 메우자"는 생각에서 출발합니다. 엄밀한 의미의 ‘오믹스’는 한 층을 전체적으로(수천~수만 개) 읽는 것을 말합니다. 실제 진단검사는 여러 층에서 꼭 필요한 표지자 몇 개만 골라 합치는 경우가 많아 ‘다중표지자(multi-analyte) 검사’라고도 부릅니다. 6편에서 본 cfDNA의 변이(유전체), 메틸화(후성유전체), 조각 패턴(DNA가 감긴 상태를 반영)을 함께 쓰는 검사도 넓은 의미의 멀티오믹스로 볼 수 있지만, 용어 사용에는 이견이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넓은 의미로 씁니다.
➕ 합치면 왜 더 정확해질 수 있나
암 환자 100명이 있다고 해 봅시다. 어떤 환자는 변이가 있는 DNA 조각을 혈액으로 많이 흘려보내고, 어떤 환자는 변이는 적지만 특정 단백질이 크게 올라갑니다. 한 가지만 보면 각각 일부만 잡지만, 둘을 함께 보면 둘 중 하나라도 걸리는 사람을 잡을 수 있습니다.
핵심은 서로 다른 환자를 잡아 주는 신호를 합쳐야 한다는 점입니다. 두 신호가 같은 환자만 잡는다면(정보가 겹친다면) 합쳐도 나아지지 않습니다.
➖ 하지만 공짜는 아닙니다
① 위양성도 함께 늘 수 있습니다. 신호를 합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하나라도 걸리면 양성’으로 보는 단순한 방식인데, 놓치는 사람은 줄지만 건강한 사람이 양성으로 나올 기회도 그만큼 늘어납니다. 다른 하나는 각 신호에 가중치를 주어 하나의 점수로 만든 뒤 기준값으로 판정하는 방식입니다. 이때도 기준값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민감도와 특이도가 줄다리기를 합니다.
대표적인 예가 미국에서 쓰이는 다중표적 분변 DNA 검사(Cologuard)입니다. 2014년 FDA 승인을 받은 1세대 검사는 대변 속 DNA 변이(KRAS), DNA 메틸화(NDRG4·BMP3), 혈색소 단백질을 회귀 모델 점수 하나로 합쳐 판정합니다. 약 1만 명에게 대장내시경과 비교한 연구에서2:
- 대장암 민감도: 다중표적 검사 92.3% vs 혈색소만 보는 분변잠혈검사(FIT) 73.8%
- 특이도: 다중표적 검사 86.6% vs FIT 94.9% (진행성 병변이 없는 사람 기준)
더 많이 잡는 대신, 암이 아닌 사람이 양성으로 나오는 비율도 높아졌습니다. 2024년에는 표지자를 바꿔(새 메틸화 표지자 3종 + 혈색소) 특이도를 높인 차세대 검사(Cologuard Plus)가 FDA 승인을 받았는데, 2만여 명 연구에서도 FIT보다 대장암 민감도는 높고(93.9% vs 67.3%) 특이도는 낮았습니다(90.6% vs 94.8%)3. 어느 쪽이 나은지는 ‘놓치는 것’과 ‘불필요한 대장내시경’ 중 무엇을 더 줄이고 싶은지에 따라 달라집니다(4편의 기준값 줄다리기와 같은 원리).
② 합쳐도 나아지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아래 사례는 엄밀히 말하면 같은 층(단백질)의 표지자 두 개를 합친 것이지만, 원리는 층이 달라도 똑같습니다. 인지 증상으로 진료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한 알츠하이머병 혈액검사 연구에서, 전체 tau217 가운데 인산화된 것의 비율(%p-tau217) 하나만 쓴 정확도는 90%, 여기에 아밀로이드 베타 비율(Aβ42/40)을 합친 점수(APS2)도 90%로 차이가 없었습니다4. p-tau217이 이미 필요한 정보를 대부분 담고 있었던 것으로 해석됩니다(2편 참고).
③ 데이터가 적으면 ‘외워 버린’ 모델이 됩니다. 측정값이 수천 개인데 환자는 수백 명이라면, 컴퓨터 모델이 우연한 패턴까지 외워서 모델을 만든 데이터에서만 잘 맞고 새 환자에서는 틀리기 쉽습니다(과적합). 검사 날짜·장비·병원이 다르면 생기는 차이(배치 효과)를 질병 신호로 착각하기도 합니다. 특히 환자 샘플과 건강인 샘플을 다른 날, 다른 장비로 쟀다면 위험합니다5. 그래서 처음 만든 집단과 다른, 독립된 집단에서 다시 검증했는지, 그리고 기준값을 미리 정해 두고 검증했는지가 중요합니다(위 알츠하이머 연구가 그렇게 했습니다).
🔬 실제 사례로 보기
CancerSEEK — 변이 + 단백질 (암) 혈액 cfDNA의 변이와 여러 단백질을 함께 보는 연구용 검사입니다. 이미 진단된 비전이성 암 환자 1,005명에서 8개 암의 민감도 중앙값은 70%, 건강인 812명 중 양성은 7명(특이도 99% 초과)이었습니다6.
그런데 암 진단 이력이 없는 여성 10,006명에게 이 계열의 혈액검사를 실제로 적용한 후속 연구(DETECT-A)에서는, 추적 기간 중 발견된 암 96건 가운데 혈액검사로 발견된 것이 26건, 기존 표준 검진으로 발견된 것이 24건, 어느 쪽으로도 미리 잡지 못한 것이 46건이었습니다. 혈액검사로 찾은 26명 중 15명이 PET-CT를 거쳐 9명이 완치 목적의 수술을 받았습니다. 반면 참가자의 1%는 위양성 때문에 PET-CT를 받았고 0.22%는 결과적으로 불필요한 침습적 검사를 받았습니다7. 이미 진단된 환자를 모아 잰 성능과 증상 없는 사람에게 실제로 썼을 때의 성능이 크게 다를 수 있다는 점은 Galleri 글과도 같습니다.
혈장 단백체로 ‘장기 나이’ 재기 (노화·심혈관·치매) 수천 종의 혈장 단백질 중 특정 장기에서 주로 나오는 것들로 11개 장기의 ‘생물학적 나이’를 추정한 연구가 있습니다. 5개 독립 집단 5,676명에서 약 20%는 한 장기가 또래보다 뚜렷이 빨리 늙어 있었고, 장기 노화가 빠른 사람은 사망 위험이 20~50% 높았습니다(연관성). 심장 나이가 빠른 사람은 심부전 위험이 약 3.5배(250% 증가)였습니다8. 이 연구는 단백체 한 층만 쓴 ‘단일 오믹스’ 연구지만, 수천 개 측정값을 다룬다는 점에서 멀티오믹스와 같은 과적합·재현성 문제를 주의해야 합니다(후속 연구에서는 다시 쟀을 때 극단 분류의 68%가 바뀌었습니다). 2025년에는 같은 연구팀이 4만 4천여 명으로 규모를 키운 후속 연구를 냈는데, 별도 리뷰 글에서 자세히 다룹니다.
임신 중 혈장 RNA로 전자간증 미리 보기 (산과) 임신부 199명의 혈액 404개를 분석해, 세포 밖 RNA(cfRNA) 18개 유전자 조합으로 임신 5~16주에 증상이 나타나기 훨씬 전 전자간증 위험군을 가려낼 가능성을 독립 집단에서 보여 준 연구가 있습니다9. 아직 검사로 쓰이는 단계는 아닙니다. 역시 한 층(전사체)이지만, 혈액 속 분자 신호가 암이 아닌 영역에서도 쓰일 수 있음을 보여 줍니다.
📊 한눈에 보기
| 사례 | 합친 신호 | 상태 | 교훈 |
|---|---|---|---|
| 다중표적 분변 DNA 검사 | DNA 변이·메틸화 + 단백질(1세대) / 메틸화 + 단백질(차세대) | 2014년 FDA 승인, 2024년 차세대 승인 | 민감도↑, 특이도↓ 저울질 |
| 알츠하이머 혈액검사(APS2) | 인산화 타우 + 아밀로이드 비율 (같은 층) | 2026년 8월 FDA 허가 (증상 있는 40세 이상, 진단 보조) | 합쳐도 그대로일 수 있음 |
| CancerSEEK | cfDNA 변이 + 단백질 | 연구 단계 | 환자군 성능 ≠ 검진 성능 |
| 장기 나이 | 단백질 수천 종 (단일 층) | 연구 단계 | 측정값이 많을수록 독립 검증 필수 |
| 전자간증 예측 | 혈장 RNA (단일 층) | 연구 단계 | 산과 영역으로 확장 |
🙋 그래서 나에게는?
‘멀티오믹스’, ‘AI 통합 분석’을 내세운 검사를 볼 때는 이것만 확인하세요.
- 무엇과 비교했나: 기존 단일 검사보다 실제로 나은지, 나아진 만큼 위양성은 얼마나 늘었는지
- 어디서 검증했나: 만든 집단과 다른 집단, 그리고 증상 없는 실제 대상자에서 확인했는지
- 결과로 무엇이 달라지나: 양성이면 어떤 추가 검사를 받게 되는지, 그 결과로 건강이 실제로 나아지는지
- 허가와 비용: FDA·식약처 허가를 받은 검사인지, 검사실 자체 개발 검사인지, 비용과 보험 적용은 어떤지
⚠️ 이 글은 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검사 선택과 결과 해석은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세요.
❓ 자주 묻는 질문
Q. 많이 잴수록 좋은 것 아닌가요? A. 아닙니다. 서로 겹치는 정보는 성능을 높이지 않고, 측정값이 많을수록 우연한 패턴에 속을 위험과 비용이 커집니다. 좋은 검사는 꼭 필요한 신호만 골라 합칩니다.
Q. 멀티오믹스와 AI는 같은 말인가요? A. 다릅니다. 멀티오믹스는 ‘무엇을 재느냐’이고, AI(기계학습)는 ‘잰 것을 어떻게 합치느냐’의 한 방법입니다. 단순한 점수 합산으로 합치는 검사도 많습니다.
Q. 국내에도 이런 검사가 있나요? A. 국내에서도 cfDNA 메틸화·조각 패턴과 단백질을 함께 보는 암 검사가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허가 범위와 검증 근거는 제품마다 달라 따로 정리할 예정입니다.
📚 함께 읽기
- cfDNA, ctDNA, CTC, 엑소좀은 뭐가 다를까? 혈액 속 질병의 흔적 한눈에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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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Hasin Y 외. Multi-omics approaches to disease. Genome Biol 2017;18:83. doi:10.1186/s13059-017-1215-1 ↩︎
Imperiale TF 외. Multitarget stool DNA testing for colorectal-cancer screening. N Engl J Med 2014;370:1287-97. doi:10.1056/NEJMoa1311194 ↩︎
Imperiale TF 외. Next-Generation Multitarget Stool DNA Test for Colorectal Cancer Screening. N Engl J Med 2024;390:984-93. doi:10.1056/NEJMoa2310336 ↩︎
Palmqvist S 외. Blood biomarkers to detect Alzheimer disease in primary care and secondary care. JAMA 2024;332:1245-57. doi:10.1001/jama.2024.13855 ↩︎
Leek JT 외. Tackling the widespread and critical impact of batch effects in high-throughput data. Nat Rev Genet 2010;11:733-9. doi:10.1038/nrg2825 ↩︎
Cohen JD 외. Detection and localization of surgically resectable cancers with a multi-analyte blood test. Science 2018;359:926-30. doi:10.1126/science.aar3247 ↩︎
Lennon AM 외. Feasibility of blood testing combined with PET-CT to screen for cancer and guide intervention. Science 2020;369:eabb9601. doi:10.1126/science.abb9601 ↩︎
Oh HS 외. Organ aging signatures in the plasma proteome track health and disease. Nature 2023;624:164-72. doi:10.1038/s41586-023-06802-1 ↩︎
Moufarrej MN 외. Early prediction of preeclampsia in pregnancy with cell-free RNA. Nature 2022;602:689-94. doi:10.1038/s41586-022-04410-z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