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한 번으로 내 장기의 나이를 잴 수 있을까? 4만 명 혈장 단백질로 본 '뇌와 면역의 나이'

📌 3줄 요약

  1. 혈장 단백질 중 특정 장기에서 주로 나오는 것들로 11개 장기의 나이를 따로 추정했습니다.
  2. 뇌가 많이 늙은 사람은 알츠하이머병 위험이 약 3배, 늙은 장기가 많을수록 사망 위험이 높았습니다(정상 노화자 대비, 8개 이상은 8.3배).
  3. 뇌와 면역계가 젊은 사람은 추적 기간 사망 위험이 낮았습니다(둘 다 젊은 집단은 160명으로 작음). 인과관계는 아직 모릅니다.

🤔 왜 이 연구인가

같은 60세라도 어떤 사람은 심장이, 어떤 사람은 콩팥이 먼저 약해집니다. 그렇다면 나이를 ‘몸 전체’ 하나가 아니라 장기별로 잴 수 있을까요? 그리고 그 숫자가 앞으로 걸릴 병을 미리 알려 줄 수 있을까요?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팀은 2023년 5개 집단 약 5,700명의 혈장 단백질로 장기별 나이를 추정한 대규모 연구를 발표했습니다1. 이번 연구는 같은 방법을 8배 가까이 큰 집단과 다른 측정 장비(Olink)에 적용해, 미래의 병과 사망을 예측하는지 확인했습니다2.

🔬 연구 설계

  • 저널 / 발행일: Nature Medicine, 2025년 7월
  • 대상: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 참여자 44,498명 (40~70세)
  • 측정: 혈장 단백질 약 3,000종 (Olink 장비, 2,916종 사용)
  • 추적: 최대 17년간 질병 발생과 사망

장기 나이를 재는 3단계

  1. 장기 특이 단백질 고르기: 조직별 유전자 발현 지도를 이용해, 특정 장기에서 주로 만들어지는 단백질을 골라냅니다(예: 뇌 단백질, 심장 단백질).
  2. 나이 맞히기 모델 만들기: 그 단백질 수치로 ‘달력 나이’를 맞히도록 기계학습 모델(LASSO)을 학습시킵니다. 22개 채혈센터 중 11곳 데이터로 학습하고, 나머지 11곳으로 시험했습니다.
  3. 나이 차(age gap) 계산: 모델이 예측한 나이가 같은 나이 또래보다 얼마나 높은지·낮은지를 계산합니다. 또래 평균보다 1.5 표준편차 이상 높으면 ‘많이 늙은 장기’, 1.5 표준편차 이상 낮으면 ‘매우 젊은 장기’로 봤습니다(이론상 위아래 각각 약 6~7%). 이 글에서는 이 두 용어로 통일합니다.
혈장 단백질로 장기 나이를 재는 3단계: 장기별 단백질 고르기, 나이 맞히는 모델 학습, 또래 대비 나이 차 계산(±1.5 표준편차 기준).
그림 1. 혈장 단백질로 장기 나이를 재는 방법(Oh 외 2025 방법을 단순화). 각 극단 구간은 이론상 약 6~7%입니다.

🧪 주요 결과

① 장기마다 따로 늙는다 서로 다른 장기의 나이 차는 서로 약하게만 연관됐습니다(평균 상관계수 0.21). 심장이 늙었다고 콩팥도 늙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② 장기 나이는 앞으로의 병과 관련이 있었다 나이·성별만 보정하면 나이 차–질병 조합 195개 중 176개에서 유의한 연관이 나와, 장기별 특징보다 몸 전체의 노화가 함께 반영된 것으로 보였습니다. 다른 장기 나이를 함께 보정하자 연관이 훨씬 장기 특이적으로 바뀌었습니다.

  • (나이·성별 보정) 심장 나이 차가 1 표준편차 클수록 심부전 위험 1.83배, 심방세동 1.75배. 다만 심장 나이를 가장 크게 좌우한 단백질은 이미 심부전 진단에 쓰이는 NT-proBNP였고, 신장 나이는 레닌(renin)이었습니다.
  • 신장·췌장 나이는 만성콩팥병과 관련
  • 나이·성별·APOE 유전형을 보정한 뒤에도 뇌가 많이 늙은 사람은 알츠하이머병 위험이 3.1배였고, 뇌가 매우 젊은 사람은 74% 낮았습니다(위험비 0.26).
  • 위험비 크기만 보면, 늙은 뇌는 가장 강한 유전 위험인자인 APOE4를 한 개 가진 것과, 젊은 뇌는 위험을 낮추는 APOE2를 두 개 가진 것과 비슷했습니다.
  • 최대 17년 추적 동안 뇌가 많이 늙은 2,628명 중 4.56%, 매우 젊은 1,998명 중 0.35%가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받았습니다(보정 전 단순 비율).
  • 다만 뇌 나이 계산에 가장 크게 기여한 단백질은 신경 손상 표지인 NEFL(신경미세섬유 경쇄)로, 증상 전 알츠하이머 병리에서도 오르는 단백질입니다. ‘뇌가 늙어서 병이 생긴다’기보다 이미 시작된 병의 신호를 일부 잡았을 수 있습니다.

③ 늙은 장기가 많을수록 사망 위험이 커졌다 아래는 ‘많이 늙은 장기’의 개수별로, 많이 늙거나 매우 젊은 장기가 하나도 없는 ‘정상 노화자’와 비교한 값입니다(나이·성별만 보정). 많이 늙은 장기가 5개 이상인 사람은 드물어 숫자의 불확실성이 큽니다.

많이 늙은 장기 수사망 위험비
2~4개2.3
5~7개4.5
8개 이상8.3

④ 젊은 뇌와 젊은 면역계는 장수와 연관됐다 정상 노화자 대비 사망 위험비는 뇌가 매우 젊으면 0.60, 면역계가 매우 젊으면 0.58이었습니다. 둘 다 젊은 사람은 0.44였지만 160명 중 사망 6명에서 나온 값이라 통계적으로 아슬아슬한 수준입니다(p=0.042). 흥미롭게도 다른 장기는 ‘매우 젊다’고 해서 사망 위험이 낮아지지 않았고, 동맥이 젊게 나온 사람은 오히려 제2형 당뇨·만성폐쇄성폐질환 등 여러 질환 위험이 높았습니다.

⑤ 기존 지표를 보정해도 남았다 장기 나이와 사망의 연관은 기존 생물학적 나이 지표(PhenoAge, 혈액 생화학 기반)와 신장 기능 지표(cystatin C)를 보정한 뒤에도 유지됐습니다. 연구진은 이를 기존 임상 지표가 담지 못한 정보를 준다는 근거로 봤습니다.

⑥ 생활습관·약과도 관련이 있었다 (다중검정 보정 후) 흡연, 음주, 가공육, 불면, 사회경제적 어려움은 여러 장기의 노화 가속과, 격렬한 운동, 기름진 생선·가금류 섭취, 높은 교육 수준은 젊은 장기와 관련이 있었습니다.

약·보충제 137종을 살핀 분석에서는 결합 에스트로겐(프레마린), 이부프로펜, 글루코사민, 대구 간유, 종합비타민, 비타민C가 2개 이상 장기의 ‘젊음’과 연관됐습니다. 에스트로겐 치료를 받은 여성 47명을 따로 본 분석에서는 면역·간·동맥 나이가 젊은 쪽이었습니다. 연구진도 한 시점 분석이라 신중히 해석해야 한다고 썼고, 약 자체의 효과라기보다 원래 건강한 사람이 이런 약을 쓰는 경향(건강 사용자 편향)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⑦ 다시 재면 얼마나 같을까 1,176명을 평균 약 9년 뒤 다시 쟀더니(구형 Olink 패널로 다시 만든 모델), 처음에 극단(많이 늙음·매우 젊음)으로 분류된 사람의 68%가 그 분류를 벗어났습니다. 같은 장기에서 극단으로 남을 가능성은 다른 사람보다 3~22배 높았고 방향은 76%에서 유지돼 어느 정도 안정성은 있었지만, 측정 오차인지 실제 변화인지는 아직 구분되지 않았습니다. 한 번의 검사로 개인의 장기 상태를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 의미

  • 반복 측정을 전제로, 장기별 노화 경향을 추적하는 연구용 지표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몸 전체’ 하나의 생물학적 나이와 달리 어느 장기 쪽을 더 살펴볼지 시사할 수 있다는 점이 다릅니다.
  • 노화 개입 연구의 측정 도구: 운동, 약, 식단이 특정 장기의 노화를 늦추는지 확인하는 데 쓰일 수 있습니다.
  • 단백체 기반 위험 예측: 멀티오믹스 진단 글에서 본 것처럼, 혈액 단백질로 암 외의 만성질환과 노화 위험까지 읽을 수 있음을 보여 줍니다. 이 연구 자체는 단백체 한 층만 쓴 연구입니다.

🙋 그래서 나에게는?

  • 지금 병원에서 받을 수 있는 검사가 아닙니다. 연구용 측정이고, 개인 결과를 해석할 기준이 확립되지 않았습니다.
  • 연구진 일부는 이 기술을 상업화하려는 회사(Teal Omics, Vero Biosciences)의 공동창업자로 알려져 있습니다3. 비슷한 ‘장기 나이’ 검사가 시장에 나오더라도, 이 연구는 집단 수준의 연관성을 보였고, 반복 측정에서는 극단 분류의 상당수(68%)가 바뀌었습니다. 개인 검사로서의 정확도는 검증되지 않았습니다.
  • 생활습관과의 관련성은 기존 건강 수칙(금연, 절주, 운동, 수면)과 같은 방향입니다. 새로운 처방이라기보다 기존 권고와 같은 방향의 관찰 결과로 읽는 것이 적절합니다.

⚠️ 한계

  • 한 시점 측정: 대부분 한 번 잰 단백질로 ‘나이 차’를 계산했습니다. 원래 그런 사람인지, 실제로 빨리 늙고 있는지는 반복 측정이 있어야 구분할 수 있고(연구진도 인정), 실제로 극단 분류의 68%가 다음 측정에서 바뀌었습니다.
  • 역인과 가능성: 증상 전에 이미 시작된 병이 단백질을 바꿔 ‘늙은 장기’로 보였을 수 있습니다(예: 뇌 나이의 NEFL).
  • 관찰연구: 생활습관·약과의 관련은 인과관계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운동하는 사람은 원래 더 건강했을 수 있습니다.
  • 단백질의 출처 추정: ‘뇌 단백질’은 유전자 발현 지도로 추정한 것이라, 실제로 그 장기에서 왔는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 대상 집단과 재현성: UK Biobank는 대부분 유럽계이고 비교적 건강한 자원자입니다. 미래 질병·사망 예측은 UK Biobank 안에서만 확인됐고, 같은 사람을 두 장비로 쟀을 때 심장·신장 외 장기의 일치도는 중간 정도였습니다.
  • 예상과 다른 결과: 뇌·면역계를 뺀 다른 장기는 ‘매우 젊어도’ 사망 위험이 낮지 않았고, 젊은 동맥은 오히려 여러 질환 위험과 연관됐습니다. 너무 젊게 나오는 수치가 오히려 다른 문제를 반영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 임상적 추가 가치 미확인: 심장 나이의 핵심이 NT-proBNP인 것처럼, 개별 질환에서 이미 쓰는 검사(NT-proBNP, 알츠하이머 혈액검사 등)보다 얼마나 더 알려 주는지는 질환마다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연구진도 인정).

💬 용어 풀이

  • 생물학적 나이: 달력 나이가 아니라 몸 상태로 추정한 나이.
  • 위험비(HR): 한 집단의 위험이 다른 집단의 몇 배인지. 1보다 크면 위험이 높고, 작으면 낮습니다.
  • APOE4: 알츠하이머병의 가장 강한 유전 위험인자. APOE2는 반대로 위험을 낮춥니다.
  • 표준편차: 값들이 평균에서 얼마나 퍼져 있는지 나타내는 단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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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1. Oh HS-H 외. Organ aging signatures in the plasma proteome track health and disease. Nature 2023;624:164-72. doi:10.1038/s41586-023-06802-1 ↩︎

  2. Oh HS-H 외. Plasma proteomics links brain and immune system aging with healthspan and longevity. Nat Med 2025;31:2703-11. doi:10.1038/s41591-025-03798-1 ↩︎

  3. Longevity.Technology, Stanford organ aging study spawns new longevity startup —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