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속 단백질 수천 개를 한 번에 잰다? 혈액 프로테오믹스 진단 쉽게 이해하기

📌 이 글에서 알 수 있는 것

  • 왜 단백질이 진단에 중요한지, 왜 ‘수천 개’를 재려고 하는지
  • 혈액 단백질 측정이 어려운 이유와 세 가지 측정 기술
  • 대규모 연구가 보여 준 것과 아직 진단검사가 아닌 이유

🧪 이미 우리는 단백질을 재고 있습니다

DNA가 설계도라면 단백질은 실제로 일하는 일꾼입니다. 몸에 무슨 일이 생기면 그 변화가 가장 직접 드러나는 곳이 단백질이라, 지금 쓰는 혈액검사의 상당수도 단백질 하나를 잽니다.

프로테오믹스(proteomics)는 이런 단백질을 하나씩이 아니라 수백~수천 개를 한꺼번에 재는 분야입니다. 단백질 하나로는 안 보이던 신호가 여러 단백질의 ‘조합’에서 보이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서 출발합니다. 다만 쉽지는 않았습니다. 2002년 리뷰가 정리한 당시 혈장에서 보고된 단백질은 289개뿐이었고, 같은 리뷰는 당시 미국 FDA가 허가한 새 단백질 진단 표지자가 1년에 1개도 안 될 만큼 느려졌다고 지적했습니다1.

📏 가장 큰 벽: 농도 차이 10자릿수

혈장 단백질의 농도 차이와 세 가지 측정 기술: 알부민은 1리터에 수십 그램, 고감도 트로포닌은 나노그램 수준으로 10자릿수 이상 차이가 난다. 질량분석은 단백질 조각의 무게를, 앱타머(SomaScan)는 단백질에 붙은 DNA 조각의 양을, 근접 연장(Olink)은 항체 두 개가 함께 붙을 때 증폭되는 DNA를 읽는다.
그림 1. 혈장 단백질의 농도 차이와 대표적인 세 가지 측정 방법. 농도 축은 개념적 표현이며, 농도 차이는 Anderson 2002를 따랐습니다.

혈장(피에서 혈구를 뺀 액체)에서 가장 많은 단백질은 알부민으로, 1리터에 수십 그램이 들어 있습니다. 반면 고감도 트로포닌은 1리터에 나노그램(10억분의 1그램) 단위로 잽니다. 알부민과 임상에서 재는 가장 드문 단백질 사이 농도 차이는 10자릿수(100억 배) 이상입니다1.

축구장 관중 속에서 귓속말 한 마디를 듣는 것과 비슷합니다. 많은 단백질의 신호가 적은 단백질을 덮어 버리기 쉽습니다. 혈장에는 몸 곳곳의 조직에서 새어 나온 단백질과 수많은 항체도 섞여 있습니다1.

🔬 수천 개를 한 번에 재는 세 가지 방법

1️⃣ 질량분석: 조각의 ‘무게’로 읽기

질량분석(mass spectrometry, MS)은 단백질을 효소로 잘게 자른 뒤, 조각(펩타이드)의 무게를 아주 정밀하게 재서 어떤 단백질인지 알아냅니다. 미리 만든 결합 시약 없이 읽기 때문에 예상하지 못한 단백질이나 변형된 형태도 볼 수 있습니다. 대신 알부민 같은 많은 단백질에 드문 단백질이 묻히기 쉽습니다. 연구자들은 소수 후보를 찾아 따로 검증하던 방식에서, 큰 집단의 단백질 패턴 전체를 건강 상태와 연결하는 방식으로 바꾸자고 제안해 왔습니다2.

2️⃣ 앱타머: 단백질 모양에 붙는 DNA 조각

앱타머(aptamer)는 특정 단백질 모양에 딱 맞게 접히는 짧은 DNA(또는 RNA) 조각입니다. SomaLogic사의 SomaScan은 화학적으로 변형한 앱타머를 써서, 단백질에 붙은 앱타머의 양을 DNA 신호로 바꿔 셉니다. 2010년 첫 보고에서는 혈장 15 µL로 813개 단백질을 쟀고, 이후 측정 수가 크게 늘었습니다3.

3️⃣ 근접 연장 분석: 항체 두 개가 함께 붙어야 신호

근접 연장 분석(proximity extension assay, PEA)은 한 단백질의 서로 다른 부위에 붙는 항체 두 개에 각각 DNA 꼬리를 달아 둡니다. 두 항체가 같은 단백질에 함께 붙어 가까워질 때만 두 DNA 꼬리가 이어져 PCR로 증폭됩니다. 항체 하나가 엉뚱한 데 붙어도 신호가 잘 나지 않도록 한 설계입니다. Olink사가 개발했고, 1 µL 정도의 시료로 잴 수 있습니다4.

질량분석앱타머 (SomaScan)근접 연장 (Olink)
무엇으로 알아보나펩타이드 조각의 무게앱타머 하나항체 두 개
미리 정한 목록필요 없음필요필요
강점예상 못한 단백질·변형도 봄많은 수를 적은 시료로두 번 확인해 엉뚱한 신호를 줄임
약점드문 단백질이 묻히기 쉬움목록에 있는 것만, 결합 시약 검증 필요목록에 있는 것만, 결합 시약 검증 필요

앱타머와 근접 연장처럼 결합 시약으로 단백질을 ‘알아보는’ 방식을 묶어 친화도 기반(affinity-based) 방식이라고 부릅니다. 시약이 원래 표적을 제대로 잡는지가 결과의 신뢰도를 좌우합니다.

⚖️ 같은 단백질, 다른 숫자

여기서 중요한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기술이 다르면 ‘같은 단백질’을 재도 결과가 꽤 다를 수 있습니다.

아이슬란드인 1,514명의 혈장을 SomaScan과 Olink로 모두 잰 연구에서, 두 플랫폼이 함께 재는 1,848개 단백질의 측정값 상관(순위 상관)은 중앙값 0.33이었습니다(1이면 완전히 일치, 0이면 무관)5. 상관이 0.6 가까이 되는 단백질 무리와 거의 0인 무리로 나뉘었습니다.

진단 기초 시리즈 15편의 NfL이 극적인 예입니다. 두 플랫폼의 NfL 값은 상관이 0.06에 그쳤습니다. Olink 값은 선행 연구에서 다른 정밀 측정법(Simoa)과 잘 맞았지만, 이 연구의 아이슬란드인 231명에서 SomaScan 값은 Simoa와 상관이 없었습니다. 두 플랫폼의 NfL 모두 알츠하이머병과 강하게 연관됐지만 방향은 반대였습니다5. 이름은 같아도 실제로는 다른 형태의 단백질을 재고 있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단백질 X가 높았다"는 연구 결과를 읽을 때는 어떤 기술로 쟀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하고, 다른 플랫폼이나 일반 병원 검사로 옮길 때는 다시 검증이 필요합니다.

🇬🇧 5만 명의 단백질 지도: UK Biobank

이 분야를 크게 키운 것은 영국의 대형 건강 코호트 UK Biobank입니다. 제약사 13곳이 비용을 대 만든 UK Biobank 제약 프로테오믹스 프로젝트(UKB-PPP)는 54,219명의 혈장에서 Olink로 2,923개 단백질을 쟀습니다. 같은 시료를 두 번 잰 측정 오차(변동계수)는 중앙값 6.7%였습니다6. 이 데이터는 연구자들에게 공개돼 유전자와 단백질, 질병의 관계를 찾는 데 쓰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유전자 변이와 단백질 농도의 연관(pQTL)을 14,287개 찾았고, 그중 81%는 새로 보고된 것이었습니다6. 이런 연관은 어떤 단백질이 병의 원인 쪽에 가까운지, 신약 표적으로 삼을 만한지 따져 보는 데 쓰입니다.

단백질 몇 개로 미래 질병 위험을?

2024년 연구는 이 중 41,931명의 단백질 약 3,000개와 임상 정보로 218개 질환의 10년 안 발병을 예측했습니다7.

  • 단백질 5~20개로 만든 모델이 나이·성별 같은 기본 임상정보만 쓴 모델보다 67개 질환에서 더 잘 예측했습니다(C-index 차이 중앙값 0.07, 다발골수종은 0.25). C-index는 위험이 높다고 예측한 사람이 실제로 먼저 병에 걸리는지를 보는 값으로, 1에 가까울수록 정확하고 0.5는 동전 던지기 수준입니다.
  • 기본 정보에 일반 혈액검사 37종을 더한 모델보다도 52개 질환에서 나았습니다. 다발골수종, 비호지킨림프종, 폐섬유증 등이 포함됩니다.
  • 67개 질환에서 ‘병에 안 걸린 사람의 10%를 고위험으로 잘못 분류하는’ 기준(위양성률 10%)으로 보면, 실제 발병자를 미리 잡아낸 비율이 중앙값 45.5%였습니다. 임상 모델은 25%였습니다7.

숫자를 읽을 때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45.5%는 “10명 중 1명을 잘못 경보하는 대가로 발병자의 절반 남짓을 잡는다"는 뜻이고, 질환마다 10.8%에서 80.8%까지 차이가 컸습니다. 다른 집단에서 다시 확인한 것은 6개 질환뿐이었고, 저자들도 다양한 인종과 유병률이 다른 집단에서의 검증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UK Biobank 참여자는 일반 인구보다 건강한 편입니다7. 저자 상당수는 제약사 소속입니다.

진단 기초 시리즈 4편의 방법으로 가정해 보겠습니다. 10년 안에 1,000명 중 10명이 걸리는 질환이라면, 위양성률 10%·검출률 45.5% 기준에서 발병자 약 45명을 미리 고위험으로 잡는 동안, 걸리지 않을 990명 중 약 99명도 고위험 경보를 받습니다. 경보를 받은 약 100명 중 실제 발병자는 45명입니다. 이 계산은 설명을 위한 가정이며, 실제 숫자는 질환의 흔한 정도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혈장 단백질로 장기별 ‘생물학적 나이’를 추정한 연구는 별도 리뷰 글에서 다뤘습니다.

🛤️ 연구 결과가 진료용 검사가 되려면

트로포닌이나 PSA도 처음부터 진료에 쓰인 것은 아닙니다. 단백질 패턴이 진료용 검사가 되려면 대략 이런 단계를 거쳐야 합니다.

  1. 분석 성능: 같은 시료를 여러 번, 여러 검사실에서 재도 같은 값이 나오는지
  2. 임상 성능: 처음 만든 집단이 아닌 다른 집단에서도 병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을 가려내는지
  3. 임상적 유용성: 검사 결과에 따라 치료나 검진을 바꿨을 때 실제로 건강 결과가 좋아지는지
  4. 규제와 비용: 허가·급여를 받고, 일반 병원에서 감당할 수 있는 비용과 시간인지

지금 대형 프로테오믹스 연구 대부분은 1단계와 2단계 일부에 있습니다. 결과가 인상적이어도 3단계 근거가 없으면 검사를 받아도 무엇을 해야 할지 정해지지 않습니다.

⚠️ 한계와 주의할 점

  • 대부분 연관·예측 연구입니다. “이 단백질이 높은 사람이 나중에 병에 더 걸렸다"는 연관성이지, 단백질이 병을 일으킨다거나 지금 병이 있다는 진단이 아닙니다.
  • 외부 검증이 부족합니다. 수천 개 측정값으로 모델을 만들면 그 집단에만 맞는 규칙을 배우기 쉽습니다(과적합). 다른 나라·인종·검사실에서도 같은 성능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 플랫폼이 바뀌면 다시 검증해야 합니다. 위에서 본 것처럼 같은 단백질도 기술마다 값이 다를 수 있습니다.
  • 채혈·보관 조건이 영향을 줍니다. 시료를 얼마나 오래 보관했는지도 꽤 많은 단백질 값과 관련이 있었습니다(효과는 대체로 작았습니다)5.
  • 결과를 받은 뒤 무엇을 할지가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위험이 높다고 나왔을 때 어떤 검사나 예방 조치를 하면 건강 결과가 좋아지는지는 대부분 연구되지 않았습니다.

🏛️ 지금 어디까지 왔나

  • 연구용 도구로는 널리 쓰입니다. 대규모 코호트에서 바이오마커·신약 표적을 찾는 연구에 주로 쓰입니다6.
  • 진료용으로는 제한적입니다. SomaLogic(2026년 1월 Illumina가 인수8)은 2022년 1월 단백질 패턴으로 위험을 알려 주는 SomaSignal 검사 12종을 미국 CLIA 인증 검사실에서 검사실 자체 개발 검사(LDT)로 제공한다고 발표했습니다(회사 발표)9. 현재 제공 범위와 FDA 허가 여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 한국: 수천 개 단백질을 한 번에 재는 검사의 국내 허가나 진료 사용은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 연구자 노트

같은 단백질이라도 항체 기반(Olink)과 앱타머 기반(SomaScan) 플랫폼 사이에 값의 상관이 낮은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몇 개를 쟀는가"보다 “어떤 방법으로 쟀는가"를 먼저 봐야 합니다.

이런 검진 상품을 권유받은 분께는 “이 패널이 어떤 질병 위험을 예측한다는 근거가 전향 연구에 있는지, 수치가 높게 나오면 무엇을 하라는 것인지"를 먼저 물어보시라고 권합니다.

유전체·메틸화와 비교하면 유리한 점은 몸의 지금 상태(염증, 대사)를 직접 반영한다는 것입니다. 불리한 점은 측정 표준화가 덜 됐고, 식사·채혈 조건의 영향을 받을 수 있으며, 염증처럼 여러 질환에서 함께 오르는 신호가 섞여 특정 질환을 가리키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또 메틸화와 달리 신호가 어느 조직에서 왔는지 짚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 그래서 나에게는?

  • 트로포닌·PSA처럼 이미 진료에 쓰는 단백질 검사는 그대로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받으시면 됩니다.
  • “단백질 수천 개로 질병 위험을 알려 준다"는 검사를 권유받으면 어떤 집단에서 검증됐는지, 결과가 나오면 무엇을 하라는지, 허가받은 검사인지를 먼저 물어보세요.
  • 위험 점수가 높게 나와도 병이 있다는 뜻이 아니고, 낮게 나와도 정기 검진과 증상 진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 이 글은 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검사와 검진은 반드시 의료진과 상담해 결정하세요.

❓ 자주 묻는 질문

Q. 단백질 검사가 유전자 검사보다 좋은가요? A. 보는 것이 다릅니다. 유전자는 타고난 경향을, 단백질은 지금 몸 상태를 더 반영합니다. 그래서 둘을 함께 보는 멀티오믹스 연구도 많습니다(진단 기초 시리즈 7편).

Q. SomaScan과 Olink 중 어느 쪽이 더 정확한가요? A. 단백질마다 다릅니다. 한 비교 연구에서는 유전 정보로 측정의 타당성을 간접 확인할 수 있는 비율이 Olink 72%, SomaScan 43%였지만(당시 버전 기준: Olink Explore 3072, SomaScan v4), 측정하는 단백질 범위와 장단점이 달라 서로 보완적이라고 결론지었습니다5.

Q. 건강검진에서 받을 수 있나요? A. 국내에서 수천 개 단백질을 재는 검사가 허가돼 쓰이는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지금은 주로 연구 단계입니다.

📚 진단 기초 시리즈

참고


  1. Anderson NL, Anderson NG. The human plasma proteome: history, character, and diagnostic prospects. Mol Cell Proteomics 2002;1:845-67. doi:10.1074/mcp.R200007-MCP200 ↩︎ ↩︎ ↩︎

  2. Geyer PE 외. Revisiting biomarker discovery by plasma proteomics. Mol Syst Biol 2017;13:942. doi:10.15252/msb.20156297 ↩︎

  3. Gold L 외. Aptamer-based multiplexed proteomic technology for biomarker discovery. PLoS One 2010;5:e15004. doi:10.1371/journal.pone.0015004 ↩︎

  4. Lundberg M 외. Homogeneous antibody-based proximity extension assays provide sensitive and specific detection of low-abundant proteins in human blood. Nucleic Acids Res 2011;39:e102. doi:10.1093/nar/gkr424 ↩︎

  5. Eldjarn GH 외. Large-scale plasma proteomics comparisons through genetics and disease associations. Nature 2023;622:348-58. doi:10.1038/s41586-023-06563-x ↩︎ ↩︎ ↩︎ ↩︎

  6. Sun BB 외. Plasma proteomic associations with genetics and health in the UK Biobank. Nature 2023;622:329-38. doi:10.1038/s41586-023-06592-6 ↩︎ ↩︎ ↩︎

  7. Carrasco-Zanini J 외. Proteomic signatures improve risk prediction for common and rare diseases. Nat Med 2024;30:2489-98. doi:10.1038/s41591-024-03142-z ↩︎ ↩︎ ↩︎

  8. Illumina 보도자료, SomaLogic 인수 완료(2026.1.30, 회사 발표) — Illumina 뉴스센터 ↩︎

  9. SomaLogic 보도자료 (2022.1.5, 회사 발표, 미국 SEC 공시 첨부) — sec.gov ↩︎